동두천 평화문화제, 시국 상황 고려해 4월 26일로 연기

2025. 3. 28. 13:37카테고리 없음

"파면 결정 지연과 산불 재난 속 축제 진행 어려워"... 주최 측 "희망의 봄 함께 노래할 수 있길"


당초 4월 5일 개최 예정이었던 동두천 평화문화제가 현 시국의 긴박한 상황을 고려해 4월 26일로 연기됐다. 주최 측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이 지연되는 상황과 전국적으로 확산된 대형 산불 피해를 고려해 행사 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제 추진위원회 김대용 위원장은 "현재의 국가적 상황에서 문화제를 통해 노래와 춤을 즐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특히 역대 최악의 산불로 많은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축제를 강행하는 것은 피해 주민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처사가 될 수 있다"고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추진위는 당초 3월 중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4월 5일로 행사 일정을 잡았으나, 3월 말인 현재까지 선고 기일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 행사 연기의 주요 원인이 됐다.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답답함은 마치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숲길을 걸어도 경쾌하지 않고, 파란 하늘을 봐도 눈이 시원하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의 말이다.

동두천 평화문화제는 지역 시민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준비해온 행사로, 평화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문화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특히 현 시국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행사 준비에 참여한 동두천 문화예술협회 관계자는 "문화제 연기 결정은 아쉽지만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4월 26일에는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희망의 봄을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로운 일정으로 확정된 4월 26일 토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될 문화제는 당초 계획했던 프로그램을 대부분 유지하되,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모금 행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파면 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헤쳐나가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고 국민 주권의 세상을 만들 용기와 지혜가 촛불에게 있다"며 "더 나은 미래는 상상과 믿음의 힘으로 올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축제를 미루는 마음, 그 무거운 결단의 의미
- 동두천 평화문화제 연기가 보여주는 시민의식과 공동체 연대의 가치

축제를 연기한다는 것은 단순한 일정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동두천 평화문화제 추진위원회의 결정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이중의 위기 앞에서 내린 무거운 결단이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은 지연되고, 전국의 산불은 확산되는 상황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한 답답함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집단적 불안과 기다림의 표현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언제 내려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일상의 모든 것을 유예 상태로 만들었다. 숲길을 걸어도 경쾌하지 않고, 파란 하늘을 봐도 눈이 시원하지 않다는 표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심정을 정확히 포착한다.

여기에 역대 최악의 산불이라는 또 다른 국가적 재난이 겹쳤다.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고,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한 상황에서 문화제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추진위원회의 연기 결정은 이런 맥락에서 단순한 행사 일정 조정이 아닌, 사회적 연대의 표현이자 시민의식의 발현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 결정에서 주목할 점은 축제 자체를 취소하지 않고 연기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실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4월 26일이라는 새로운 날짜는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그때는 눈 앞을 가리던 답답함이 사라지고 맑고 푸른 희망의 봄을 함께 노래할 수 있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이런 태도는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실을 직시하되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개인의 즐거움보다 공동체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 그리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민의식의 핵심이 아닐까.

동두천 평화문화제의 연기는 또한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문화예술은 단순한 오락이나 위안을 넘어, 사회적 상황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저항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치유와 연대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침묵함으로써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추진위원회가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모금 행사를 문화제에 포함시키기로 한 결정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문화예술이 단순한 표현의 영역을 넘어 실질적인 사회 참여와 연대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피해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그 아픔에 함께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파면 이후의 험난한 시간"에 대한 언급은 현재의 위기가 파면 결정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진정한 민주화와 국민 주권의 세상을 만드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긴 여정이며, 그 여정에는 문화와 예술이 함께해야 한다. 동두천 평화문화제는 그 여정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축제를 미루는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은 현실의 무게를 인정하는 동시에, 그 무게를 함께 나누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4월 26일, 동두천에서 울려 퍼질 노래와 춤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이겨낸 시간에 대한 증언이자 앞으로 함께 걸어갈 길에 대한 다짐이 될 것이다.

그때는 정말로 눈 앞을 가리던 답답함이 사라지고, 맑고 푸른 희망의 봄을 함께 노래할 수 있기를. 그것이 축제를 미룬 이들의, 그리고 그 소식을 듣는 우리 모두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