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탄핵 정국의 시계추, 어디로 향하고 있나

2025. 3. 29. 00:51카테고리 없음

이재명 무죄 판결과 헌재 결정 지연이 만드는 새로운 정치 지형도



대한민국 정치의 시계추가 요동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관련 항소심 무죄 판결로 야권의 기세가 높아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지연되며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 두 사건은 별개의 사안이지만,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무죄 판결은 단순한 법적 승리를 넘어 정치적 의미가 크다. 그동안 '사법 리스크'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던 이 대표는 이번 판결로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정치 행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경선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번 판결로 그의 대선 후보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무죄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다가, 이내 "중도층의 비호감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다소 궁색한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자기위안에 가깝다. 오히려 이번 판결은 검찰의 기소가 정치적 의도를 가졌다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정권의 '정적 죽이기'라는 프레임이 강화되면서 중도층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지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4월 18일 이후 헌법재판관 2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은 더욱 복잡한 변수로 작용한다. 만약 그때까지 결정이 나지 않는다면, 헌재는 심리정족수 부족으로 판결을 내리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광화문 천막당사를 24시간 체제로 운영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력히 촉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이런 행보가 헌재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개헌 논의 역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는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개헌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략적 판단일 가능성이 크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개헌 논의는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그때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은 대한민국 정치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그 여파는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 것이다. 만약 파면 결정이 나온다면 대선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될 것이고, 기각이나 각하 결정이 나온다면 또 다른 정치적 혼란이 예상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4월 18일까지 결정이 나지 않는 경우다. 이는 헌정 질서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한다. 이재명 대표의 무죄 판결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맞물리는 이 시점은 대한민국 정치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두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정치 지형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따지기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산불 피해 대응이나 경제 위기 극복과 같은 시급한 현안들이 정치적 혼란 속에 묻히지 않도록 여야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시계추가 어디로 향하든, 그 끝에는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