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헌재의 침묵, 국민이 느끼는 '집단적 통증'

2025. 3. 29. 01:37카테고리 없음

파면 선고 지연이 사회적 경고 시스템으로 작용하는 역설



몸이 아플 때 우리는 통증을 느낀다. 그 불편한 신호는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주는 생존의 메커니즘이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집단적 통증을 경험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지연이라는 상황이 전 국민에게 일종의 '헌법적 통증'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내란성 불면증'이라고도 한다.

통증은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다. 그것은 감각-식별과 동기-행동이 통합된 정교한 생존 시스템이다. 마찬가지로 헌재 결정 지연으로 인한 사회적 통증도 단순한 불만이나 답답함을 넘어선다. 이 통증은 우리 사회의 헌법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경고 신호이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동기부여 장치로 작용한다.

생물학적 통증이 신체의 손상을 알리듯, 헌재 결정 지연의 통증은 헌법 질서의 손상을 알린다. 탄핵이라는 헌법적 수단이 작동했을 때, 그 결과는 신속하고 명확하게 도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헌법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지금 국민이 느끼는 답답함과 불안감은 이 시스템의 오작동을 감지한 결과다.

선천성 무통증 환자들이 심각한 부상에도 반응하지 못해 위험에 처하듯, 헌법적 통증에 무감각한 사회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헌재의 결정 지연에 분노하고 불안해하는 감정은 사회의 건강한 반응이다. 이 통증이 없다면 우리는 헌법 질서의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고, 필요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다.

통증의 '동기-행동' 기능은 특히 중요하다. 생물학적 통증이 우리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듯, 헌법적 통증은 시민들을 행동하게 만든다. 광장에 모이는 시민들, 성명서를 발표하는 학자들, 논평을 내는 언론들 - 이 모든 것은 헌법적 통증에 대한 사회의 반응이다. 이런 반응이 없다면 헌법 질서는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통증이 유익한 것은 아니다. 만성 통증이 더 이상 유용한 신호가 아니듯,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는 헌법적 통증도 사회에 해롭다. 헌재의 결정이 계속 미뤄질수록 사회적 불안과 분열은 깊어지고, 경제적 불확실성은 커진다. 이는 마치 화재 경보기가 실제 화재가 없는데도 계속 울리는 것과 같다. 결국 사람들은 그 소리에 무감각해지거나, 아예 경보 시스템 자체를 불신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4월 18일이라는 시간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이날 두 명의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면 심리정족수 부족으로 결정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마치 통증 신호가 뇌에 도달하지 못하는 신경 손상과 같다. 신호 전달 체계가 망가지면 통증의 보호 기능도 상실된다. 헌법 시스템의 신호 전달 체계가 망가진다면, 우리 민주주의의 자기보호 기능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통증은 불편하지만 필수적인 생존의 도구다. 마찬가지로 헌재 결정 지연으로 인한 사회적 통증도 불편하지만, 그것은 우리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신호다. 이 통증에 적절히 반응하고 대응할 때,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통증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만성화되어 그 자체가 질병이 된다. 헌재의 결정이 계속 미뤄진다면, 사회적 통증도 만성화되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통증이 적절한 시기에 해소되어야 하듯, 헌법적 위기도 적시에 해결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헌법적 통증은 우리 사회의 면역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통증에 귀 기울이고,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할 때, 우리 민주주의는 더 강해질 것이다. 통증이 우리 몸을 지키는 불편한 선물이듯, 헌법적 통증은 우리 민주주의를 지키는 불편한 선물이다.

헌법재판소가 조속히 결정을 내려 이 통증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때까지 우리는 이 통증을 무시하거나 억누르기보다,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한다. 통증은 우리에게 말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이것을 해결하라." 지금 우리 사회의 통증은 헌법 질서의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그 목소리에 응답할 때, 우리는 더 건강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