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산불 확산 예측도 미공지와 지휘권 혼선이 피해 키워"

2025. 3. 30. 17:25카테고리 없음

"영남 산불 10일째, '인재' 논란 확산...전문가들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


영남지역 산불이 발생한 지 10일째를 맞은 가운데, 이번 대형 산불이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30일 오전 5시 기준 경남 지역 주불 진화율은 99%, 경북 지역은 100%를 기록했지만, 잔불이 남아있어 재발화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산불재난긴급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이번 산불을 놓고 '인재'라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며 산불 대응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대형산불은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발생한다. △3~5월 사이의 시기 △고온 건조한 남서풍 △초당 5m 이상의 바람 △침엽수림대가 그것이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면 산불은 부채꼴 모양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이번 경북지역 산불도 이 네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된 상태였습니다. 특히 지난 25일부터 강한 남서풍이 불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음에도, 정부는 산불 확산 예측도를 재난방송이나 문자메시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명백한 관리 소홀입니다."라고 산불방재 전문가는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산불 확산 예측도가 제때 제공됐다면 산불 확산 경로를 사전에 차단해 진화작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주민들도 산불 확산 지역을 피해 대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발생한 대형산불들의 패턴을 살펴보면, 2019년 4월 고성 산불에서는 1시간 만에 불티가 7.8km 날아가 주택 등 1022개 동이 불에 탔다. 같은 시기 강릉 옥계·동해 산불에서도 불티가 50분 만에 5.4km까지 번졌다. 2023년 4월 강릉 산불 역시 비슷한 패턴으로 확산됐다.

산불 대응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지휘권 혼선이 지적됐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산불이 둘 이상의 기초지자체에 걸쳐 발생하면 시·도지사가, 둘 이상의 광역지자체에 걸쳐 발생하면 산림청장이 통합지휘한다.

"대형산불은 지자체 경계 내에서만 확산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지휘권을 지자체 경계로 설정하는 법률 조항이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산림청은 통상 산불 진화를 지휘하지만, 산불이 커져 민가나 도시로 확산될 경우 대응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면 긴급구조 상황에서는 소방청장이 중앙통제단장을 맡아 진두지휘할 수 있지만, 산불은 관례상 산림청이 주관한다는 인식과 법률의 충돌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대형산불 발생 시 일사분란한 지휘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며 "소방청장이나 제3의 기관이 산림청 등을 통합지휘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산불 진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정교한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불대응기관은 물론, 마을 주민들에 대한 대피 훈련이나 건축물 방어 교육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대책으로는 침엽수림대의 관리가 제시됐다. 침엽수는 발화 온도가 높고 불이 오래 타며,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는 특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단기적으로는 '숲가꾸기'란 명목으로 침엽수림대 사이에 있는 활엽수 제거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침엽수림대를 활엽수림대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번 산불을 계기로 산불 예방 및 대응 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라며 "특히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 개선과 주민 대피 체계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은 산불 진화는 물론 예방과 대응, 피해 지역 주민의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산림당국은 잔불 진화와 함께 재발화 방지를 위한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긴급 지원책도 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