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30. 19:38ㆍ카테고리 없음
여의도 166배 면적 불타고 사망자 28명... "전례 없는 역대급 재난"
"마을이 온통 잿더미가 됐어요. 평생 일궈온 집과 농사일이 하룻밤 새 모두 사라졌습니다."
경북 의성군 단북면의 한 마을에서 만난 박영수(68) 씨는 그을린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뒤로 보이는 마을은 검게 타버린 기둥만이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불에 탄 나무와 잿더미 사이로 매캐한 연기가 여전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난 3월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주 산불재난긴급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찾은 산불 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자욱한 연기가 하늘을 뒤덮은 가운데, 소방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여전히 잔불을 진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 서니 '국가비상사태'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릅니다. 도로와 철도가 통제되고, 통신 두절과 단전·단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일상은 완전히 멈춰 섰습니다."
김병주 위원장은 현장에서 만난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의 옷에는 산불 현장의 그을음이 묻어 있었고, 눈가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중앙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3월 28일 오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8명에 달한다. 이재민은 3만 3천여 명이 발생했으며, 아직 귀가하지 못한 주민은 8천여 명으로 파악됐다. 산불영향구역은 약 4만 8천 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의 166배, 서울 면적의 80%에 이른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기 산 아래 우리 집이 있었어요.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요."
영덕군의 한 임시대피소에서 만난 박순자(75) 할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산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임시대피소에는 박 할머니처럼 갑작스럽게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산불은 의성과 안동, 청송과 영양, 영덕 등 사실상 경북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천년 고찰인 고운사가 불에 타는 등 국가유산 피해도 18건에 이른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연무로 인해 헬기 이착륙에도 제약이 있지만, 지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산림청 관계자는 땀에 젖은 얼굴로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산불진화헬기 60여 대와 산불진화대원 3,000여 명, 군 병력 5,000여 명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이다.
민주당은 산불 진압과 이재민 지원, 피해 복구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긴급대응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한병도 의원이 부위원장을, 임호선 의원이 상황실장을 맡았으며, 12명의 의원이 특별위원으로 활동한다.
"비상한 각오로 국가의 모든 역량을 산불 진화에 총동원해야 합니다. 지금 총력 대응하지 않는다면 강풍을 타고 더 넓은 지역으로 산불이 확산할 수 있습니다."
김병주 위원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적재적소에 인력과 장비가 추가 투입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청송군의 한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물통을 나르며 자신들의 집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70대로 보이는 한 노인은 "평생 살아온 집인데, 불이 옮겨붙기 전에 최대한 지켜보려고 한다"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영덕군 영해면의 한 임시 대피소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이재민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담요를 나눠주고 있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처음에는 몇 명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대피소로 오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필요한 물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피해 규모에 따라 특별재난지역을 확대 지정·선포하고,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은 산불 진화는 물론 피해 지역 주민의 회복을 위해 입법과 예산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산불 현장을 떠나며 바라본 하늘은 여전히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방차 사이렌 소리와 헬기 소리가 이 비상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경북 전역을 뒤덮은 산불은 대한민국이 전례 없는 역대급 재난에 놓여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