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프랜차이즈의 민낯, 상생은 구호일 뿐인가

2025. 3. 30. 22:57카테고리 없음

굽네치킨 사태로 본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모순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불편한 진실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굽네치킨 가맹점주들의 절박한 호소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만연한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맹본부는 '상생'을 외치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모바일상품권 수수료 7%를 고스란히 가맹점에 전가하고, 치킨 원재료 공급가를 변동가로 바꿔 원가 부담을 늘리며, 무분별한 근접출점으로 기존 가맹점의 매출을 잠식한다. 이것이 과연 상생의 모습인가?

특히 주목할 점은 가맹본부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분쟁조정마저 거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오만한 태도다. 가맹점주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은 '갑질'의 극치라 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가맹본부는 브랜드 파워와 시스템을, 가맹점은 현장 운영과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가맹본부는 가맹점을 단순한 수익 창출 도구로 여기며, 가맹점이 어려움에 처하면 새로운 가맹점을 모집하는 데 열을 올린다.

굽네치킨의 사례는 이러한 왜곡된 구조의 전형을 보여준다. 올해 400개의 신규 가맹점 출점 목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존 가맹점의 생존은 안중에도 없이 가맹비와 로열티 수익만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파격적인 지원을 받고 오픈한 가맹점이 한 달도 되지 않아 양도되는 상황은 이 시스템의 지속 불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원재료 공급 문제다. 가맹본부가 명확한 설명 없이 부분육(순살) 공급을 제한하는 행위는 가맹점의 영업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고객이 주문해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맹점주는 이중고를 겪는다. 매출 손실은 물론, 고객 신뢰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굽네치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걸쳐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가맹본부는 단기적 이익에 집중하며, 가맹점은 점점 더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이는 결국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자기파괴적 행태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맹점을 '착취의 대상'이 아닌 '성장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근본적 변화가 요구된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선진국의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살펴보자. 미국의 경우,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임을 인식하고 가맹점 지원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일본에서는 가맹점과 가맹본부 간의 상생 협력이 문화적으로 정착되어 있다. 이들 국가에서 프랜차이즈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생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구현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산업도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가맹본부는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바일상품권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분담하고, 원재료 공급 체계를 안정화하며, 무분별한 출점을 자제하는 것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강화하고, 분쟁조정 거부에 대한 실질적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가맹점의 권리를 보다 강력히 보호할 필요가 있다.

굽네치킨 사태는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 거울에 비친 모습이 우리가 원하는 산업의 미래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 상생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진정한 상생의 프랜차이즈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결국 소비자에게도, 산업 전체에도 이로운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